책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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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판은 서적을 인출, 간행하기 위하여 제작한 목판이다. 한국에 현재 남아 있는 목판 중 불경판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수량을 차지하며, 주로 문집 인출용 책판이 주종을 이룬다. 문집 안에는 저자가 남긴 시문을 비롯하여 유묵(遺墨), 세계도(世系圖), 영정도(影幀圖), 분산도(墳山圖) 등과 같은 다양한 도판도 포함되어 목판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에서 책판은 간행 주체에 따라 관판(官版), 서원판(書院版), 사가판(私家版)으로 크게 구분하고 있다.
관판은 중앙정부나 감영, 지방 관아에서 교화(敎化)와 정령(政令)의 반포, 관학(官學) 교육의 필요에 의해 판각한 것이다. 16세기 무렵까지는 중앙정부 주도의 서적 간행이 주를 이루다가 17~18세기에는 감영과 지방 관아 중심의 관판 간행이 확산되었다. 관판은 18세기를 전후하여 서원이나 문중 중심의 민간 책판 판각이 확대될 때까지 인쇄 문화의 주축이었고, 인쇄 후 남은 책판은 교서관(校書館), 주자소(鑄字所) 등에 보관하거나 지방 군현에 내려 보내 보관하였다. 전체 책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많지 않지만, 규장각에 보관되어 있는 내각장판(內閣藏板)과 경상감영판 등 17,821장, 전북대학교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전라감영판 5,500여 장 등이 지금까지 남은 대표적인 관판 책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판은 지방 감영의 폐쇄와 함께 분실되거나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
서원판은 각 지역에 설립한 서원·재사 등에서 학자의 문집이나 교재용 도서를 충당하기 위해 판각한 것이다. 서원에 봉안한 인물들의 문집을 간행하거나, 조선 후기 서원이 문중 서원으로 변질되면서 문중과 관련된 인물의 문집을 집중적으로 간행하였다. 서원판은 판각의 말미에 간기(刊記)를 기록한 예가 많아 판본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대원군이 집정하고 서원이 훼철되자 서원에 보관하던 책판은 개인 집이나, 인근의 향교 등 다른 시설물로 옮겨 보관하면서 현재 복설된 서원에서는 오래된 목판을 거의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사가판은 문중, 개인 등이 판각한 목판으로 대부분 문집을 간행하는 데 사용한 책판이다. 때로는 사찰에서 승려각수를 동원하여 개인 문집을 간행하기도 하였는데, 지금 사찰에서 소장하고 있는 개인 문집 책판은 당시 책을 인출하고 남은 책판을 그대로 사찰에 보관시켜 두었다가 후손들이 찾아가지 못한 것들이다. 책을 간행하고 남은 책판은 서원이나 문중의 재실, 종택 등에 보관해오고 있었는데, 잘 갖춰진 장판 시설에 보관한 경우도 있지만 창고 수준의 열악한 환경에서 보관한 경우가 많아 충해, 습해, 균열 등 상시적인 훼손과 도난에 직면한 것이 현실이다.
서판
- 서판은 역사적, 문학적으로 뛰어난 시(詩), 문장(文章), 각종 계언(戒言) 등을 찍어내기 위해 제작한 목판이다. 다양한 서체의 원본을 판목에 뒤집어 새긴 것으로[반각(反刻)], 내용에 따라 시를 새긴 시판(詩板), 부(賦)를 새긴 부판(賦板), 개인이 남긴 글씨를 새긴 유묵판(遺墨板), 경전의 문구를 새긴 계언판(戒言板) 등으로 나뉜다. 이름난 사람이나 명필의 글씨만 모아 첩(帖)으로 만들기 위해 새긴 서첩판(書帖板)도 이에 속하는데, 때로는 음각(陰刻)도 많이 하였다. 서판은 당대의 유행 글씨체나 서법 등을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때문에 원본 필체의 느낌을 그대로 재현해야 하므로 다른 분야에 비해 높은 수준의 판각 기술이 요구되었다.
도판·능화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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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은 각종 그림이나 문양을 새긴 목판으로 ‘화판(畵板)’이라고도 한다. 도판에는 지도판을 비롯하여 시전지(詩箋紙)를 찍어내던 시전지판과 책표지에 문양을 찍어내던 능화판, 인물의 영정을 찍었던 영정판(影幀板), 보자기?이불보?베개보?흉배 등에 수(繡)를 놓기 위해 밑그림을 찍어내던 수판, 부적을 찍던 부적판(符籍板) 등 문자가 아닌 그림이 새겨진 모든 판이 다 포함된다.
능화판은 주로 문양을 찍기 위해 만든 목판으로 채화판(綵花板)이라고도 한다. 능화판에는 책의 표지에 문양을 넣기 위해 만든 책표지 능화판과 수놓을 때 사용하는 본을 찍기 위해 만든 수판(繡板) 등이 있다. 책표지 능화판은 주로 기하학적 문양이 주류를 이루며, 눌러찍기[압인(押印)] 방식으로 제작하였다. 이에 비해 수판은 기하학적 문양과 함께 각종 동식물을 비롯한 사실적 문양이 적절히 섞여 있다. 작은 판목 위에 다양한 문양을 빼곡히 새겨 넣은 능화판은 예술적 성취도도 높아 전통 장인(匠人)들의 날렵하고도 세련된 솜씨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능화판은 선장방책본(線裝方冊本)이 보급되기 시작한 고려시대부터 만들기 시작했으며 이후 조선시대를 거쳐 꾸준히 제작되었는데, 능화판의 문양에 연화문(蓮花紋), 만자문(卍字紋)이 주로 사용되는 것을 미루어 볼 때 능화판은 불경판에서 시작된 것으로 짐작된다. 드물기는 하지만 능화판에 제작시기를 새긴 간기(刊記) 혹은 소장처의 명문이 새겨져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판각 연대를 확인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책의 표지로 사용하는 재료는 종이, 베, 비단 등인데, 두꺼운 장지를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였다. 장지에 치자 물을 들이는 장황(裝潢)을하고, 장황을 마친 장지를 능화판 위에 올리고 표지에 밀랍을 칠한 후 밀돌로 세차게 문지르면 표지에는 능화판의 요철에 눌려서 무늬가 드러난다. 또한 여러 겹으로 배접된 표지가 압축되고 표지에 밀랍의 기름기가 스며들어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기능적으로 책의 보호를 함께 충족시키는 표지가 된다. 특히 능화판은 중국과 일본에는 거의 없으며 한국에서만 집중적으로 제작되었다.
시전지판
- 시전지판은 편지지용 시전지를 인쇄하기 위해 만든 판이다. 주로 사군자를 중심으로 각종 그림이 거꾸로 새겨져 있는데, 사용하는 주인의 격조와 취향에 따라 그림의 내용을 달리하였다. 간혹 그림 대신 글자를 새기기도 하였고, 봉투의 밑그림을 찍었던 것도 있다. 편지지 한 장에도 멋과 품격을 담을 줄 알던 선비의 여유와 미의식을 잘 보여주는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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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수정일 : 2023-07-19